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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남벽원정대 소식 6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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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연맹 작성 5,42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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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남벽원정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상과 악조건으로

인하여

11월 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올 시즌의 등반을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11월 5일 최종 캠프인 3캠프부터 철수를 시작하여

11월 16일(월)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일정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형 등반대의 성격상

출발부터 마무리까지의 어느 하나도 쉽게 결정 지울 수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철수를 결정하기 위한 많은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 하였고,

큰 사고가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겠습니다.

원정대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인천공항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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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각 구름 같은 여유


저번 주 그러니까 6일전. 캠프2에서 극심한 강풍에 발이 묶여 이틀간 머물다 베이스로 내려간 것과는 달리 이번에 구은수, 유상범 대원은 캠프1에서 화요일 밤과 캠프2에서 수요일 밤을 보내고 지연되던 캠프3(7,100m)를 구축해 목요일 밤을 보냈다.


7,100미터에 캠프3가 구축되던 날. 기온이 엄청나게 낮아 두 손이 아플 정도로 곱았지만 구은수, 유상범 대원은 눈사면을 계속해서 파 내려갔다. 그로 인해 온몸에서 진땀이 나기 시작했고 그 다음 쉬는 시간에 물을 마시는 걸 빼고는 세 시간 동안 꾸준히 설사면을 깎아 내어 2인용 텐트 자리를 어렵게 마련했다.


이는 원정대가 베이스 캠프에 짐을 푼 지 50일 만에 해발 7,100미터에 캠프3를 구축한 것이며 약 60도의 설사면에 올려놓은 것이다. 물론 원정대는 고정로프를 7,200미터 대 암벽 밑 꿀르와르 까지 설치한 상태다. 그렇지만 그 지점에는 텐트를 구축하기에 위험한 요소가 너무나 많이 산재해 있었다. 그 중 가장 위험하다 할 수 있는 낙석, 그것을 피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던 것이다. 그러다 고도를 조금 낮춘 곳에 낙석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지금의 위치에 캠프3를 구축했다.


그날 저녁. 베이스에 모인 대원들의 얼굴에 잠시나마 로체 정상에 떠있는 한 조각구름 같은 여유를 옆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보다 빠르게 전개 될 원정대의 행보에 기대가 된다.


2009년 11월 3일 로체에서 염동우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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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와 같이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고봉에서는 폭설과 강풍, 영하 40도가 넘는 추위, 산소부족 등으로 인해 등반가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산소부족으로 갖가지 고산병이 발생한다. 호흡기 장애는 물론이고 저체온증, 동상, 착란증, 폐부종, 뇌부종, 소화장애, 두통 등을 겪는데 이 모든 걸 로체남벽원정대 대원들은 참고 견디고 있는 것이다.


때는 10월26일 오전. 강태웅과 김병조 대원이 캠프1(6,000m)을 출발해 캠프2(6,700m)로 운행 중이었다.

“병조야! 왜 손끝이 저릴까?”

열심히 오르다 말고 등강기에서 손을 뺀 강태웅 대원이 말했다. 뒤에 오던 부산 출신 김병조 대원은 그게 무슨 뜻인지 영문을 몰랐다. 잠시 후 느긋한 성품의 그가 느린 사투리로 한마디 덧 붙였다.

“지는~예. 하품이 나고 눈이 감기는 게 왜 이랗게 졸렵지~예?”

이들은 분명 오늘 아침까지 컨디션이 좋았다. 하지만 운행을 계속할수록 희한한 증상에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고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 물론 이 증상들은 평소와 약간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높은 데 올라왔다는 걸 감안하면 이상할 것도 없어 두 대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올라갔다.

“야! 계속 저리다니까?”, “나는 계속 졸려~예!”를 반복하면서…


그때까지 두 대원들은 영문을 모르고 있었으니, 어제 아침의 일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강태웅 대원과 고소적응을 못해 헐떡이는 김병조 대원에게 최영림 팀 닥터는 처방을 내렸다. 한 사람에게는 수면유도제(‘…MAX’라 적힌)를 또 다른 사람에게 다이아목스(‘LL’이라 적힌)를. 이것을 캠프1에서 나눠먹은 두 사람.

“…MAX. 아! 이게 다이아목스 인가? 그럼 이건 내꺼.”

“야! 빨리 줘봐!”

강태웅 대원이 김병조 대원에게 재촉한다. 그리고 얼떨결에 다른 LL이라 적힌 것을 건네주는데……. 하지만 김병조 대원은 약의 모양이 서로 비슷했기 때문에 표면의 영문으로 적힌 이름으로만 아무 의심 없이 주었던 것이다.

“맙소사!” 일(약을 서로 바꿔 먹은 것!)은 거기서 잘못되었던 것, ‘…MAX’는 우연찮게도 수면 유도제 제약회사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베이스를 떠나기 전 최영림 팀 닥터는 분명히 말했다.

“서로 색깔과 모양이 같지만 큰 것은 다이아목스, 작은 것은 수면유도제, 그러니까 잘 기억해요.”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두 대원은 캠프2까지 아무 일 없이 올랐으며 다음날에도 7,200미터까지 올라가 고정로프를 설치하고 내려왔으니까 정말 괜찮은가 보다.

하지만 앞의 경우는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뿐. 고산에서는 어떠한 작은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 과오로 일이 잘못될 때(그렇게 될 가능성은 항시 있다.) 그 어떤 누구도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언제나 이 사실을 명심해 두는 것이 좋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누구도 예측불허의 김병조 대원에게 ‘약’을 주지 않았을 뿐 더러 어떤 성격인지 대충 감을 잡고 굳이 뭐라 말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그런 점 또한 굳이 염려하지도 않았다. 그는 대원들에게 웃음을 주는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니까!

그날 그들이 무사히 내려와서 무척 다행이다.



2009년 10월29일 로체남벽에서 염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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