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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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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설화를 찾아서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김하돈 글, 사진
신국판 변형 | 312쪽 | 값 13,000원 | 도서출판 호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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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해 새아침에 읽는, 호랑이 등허리를 닮은 백두대간 설화 이야기


산사호배山似虎背.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호랑이의 등허리를 닮았다 하여 이르는 말이다.

호랑이 같은 기상으로 한반도를 장쾌하게 내리닫는 백두대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물과 계곡을 건너지 않고 약 1,400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는 그 거대한 산줄기.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동해와 서해 바다로 갈라주는 백두대간은, 그러니까, 한반도 육상 생태계의 핵심을 이루는 척량이다. 유구한 세월 동안 이 땅의 목숨붙이들이 삶을 의지해 온 내와 강을 발원시키고 있거니와, 맑은 정기를 맑은 바람에 실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전해 주는 백두대간이기에, 이 땅의 삶은 오랜 세월 그 가장 걸출한 산맥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니 그 산줄기 곳곳이 품고 있는 숱한 이야기들을 살피고 헤아리는 일은 흥미롭고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십 년이 넘도록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집행위원장으로, 또 ‘백두대간연구소’ 소장으로 백두대간을 보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벌여 온 환경운동가 김하돈 시인이, 여러 해 동안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설화 1,000여 편을 수집했다. 그 가운데서 “백두대간을 꼭 빼닮은” 설화 50편을 추려서 이 책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를 엮었다.

그가 새삼 이 케케묵은 이야기를 채집하고 또 그것을 책으로 쓴 까닭은, 첫째로는, 그 해묵은 설화들이 바로 이 땅이 보듬어 온 삶의 역사와 이 강토를 흘러간 세월의 질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설화로서 손색이 없다 여겨서이다.

강원도 오세암의 다섯 살 동자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리산 마고할미 이야기에서 끝을 맺는 이 책은, 갈 수 없는 곳 북녘은 비워 둔 채, 군사분계선부터 지리산까지 산맥을 따라 내려가며 구수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더러는 원시의 것인 듯 투박하고 더러는 애틋한 사연이 절절한가 하면, 더러는 신통방통한 전설을 구수하게 풀어놓고 더러는 이 땅의 역사 인물에 관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지게 들려주는 등, 그 50편 설화는 소재며 성격이 사뭇 다양하다.

백두대간의 숱한 설화 중에서 이 책에 실은 설화 50편을 가리고 추릴 때 이야기의 완성도나 재미를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것은 백두대간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백두대간이 먼저이고, 설화가 다음인 것이다. 그리고 설화의 무대를 찾아가 보고 싶어할 이들을 위한 여행 안내글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모두 50꼭지에 이르는 글편은 매 편마다 맨먼저 설화가 소개되고, 이어서 설화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는 해설이 따르고, 끄트머리에 설화의 무대를 중심으로 한 여행 안내 글인 ‘백두대간 여행하기’가 나온다. 내용을 따라 풍성히 곁들여진 백두대간 풍경 사진이 책을 더욱 실팍하게 만든다.


설화는 시대를 반영하며 스스로 자가 발전한다


백두대간에 깃든 설화 가운데는 지명유래설화(칠절봉 효녀, 고모치 전설, 여원재 주모산신)를 비롯해서 쌀이 나오는 바위 설화인 미혈설화(쌀 나오는 바위), 자연 풍광 하나하나를 총체적인 서사 구조 연결한 마을경관설화(폭포로 변한 두 선녀, 대승폭포), 골칫거리인 칡넝쿨을 신통력으로 제거해 달라는 염원에서 비롯된 칡넝쿨설화(대감산신), 포수에 얽힌 설화(오대산 청둥마니)들이 있다.

또 실존인물을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설화들도 많다. 단종과 과련된 권대감설화(대감 산신, 대백산신이 된 단종)와 세조와 관련된 설화(세조와 문수 동자), 구전설화(창해역사, 태양의 아들 범일 국사, 마의 태자와 덕주 공주, 최명길과 새재서낭신, 신립 장군과 배수진, 밤마다 찾아오는 지렁이, 금돼지가 낳은 최치원, 논개, 신선이 된 남추) 들이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전해 오는 장자못설화(욕심쟁이 장자), 동자삼설화(동자삼), 창건설화나 불교설화(금탑, 은탑, 스님을 사랑한 여인, 부처가 된 일곱 왕자), 조국신화(단군신화), 산신에 관련된 설화(어명에 죽은 산신령, 다자구 할망, 지라산 마고할미)신화적인 구성 요소와 전설적인 재미가 절묘한 성 쌓기 설화(고모성과 서낭당, 오누이 장사) 등등 설화는 그 유래가 매우 다양하고 여러 곳에서 비슷비슷한 설화들이 조금씩 색을 달리하며 혼재해서 전해 온다.

이 설화들을 쭉 읽다보면 자연을 닮은 이야기와 사회와 역사성이 가미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강원도 산간 오지에 내려오는 설화들은 주로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과 사람과의 교감을, 태백산 이남의 설화들은 한양으로 가는 길목으로 고갯길을 넘나들며 사회와 역사성이 많이 가미된 설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오세암” 설화나 “세조와 문수동자”, “단군신화”, “마의 태자와 덕주 공주”, “이화령 여자 귀신”, “지리산 마고할미”와 같은 어디선과 들은 듯하지만 어렴풋한 이야기들을 또렷하면서도 재미나게 들려 주고 있다. “설퍼덩”, “칠절봉”, “거울, 부부싸움”, “용들의 질투”, “금돼지가 낳은 최치원” 같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고 생소한 것들은 우리 설화의 소재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특히 “설퍼덩” 같은 설화는 히말라야 산속에서나 전해 오는 예티의 전설을 떠올리게 하는 ‘설인’에 관한 설화는 그 소재가 매우 흥미롭다.

설화는 민중의 기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다. 그러기에 그 시대에 맞게 더 강력하고 풍요로운 새로운 형태의 설화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더러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사라지기도 한다. 지금 이 시대에는 어떤 설화가 새롭게 탄생할지 모르겠으나 요즈음은 설화라기보다는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 시대의 괴담이 어떻게 설화로 재탄생될지가 백두대간에 얽힌 설화들을 읽다보면 저절로 가늠이 된다.



백두대간에는 지금, 우리의 미래가 살고 있다!


지은이가 백두대간 설화집을 쓰게 된 또다른 동기는 ‘지금’의 삶에서 겪은 좌절과 상처를 다스릴 방법으로서, 오래 전의 옛날로 돌아가 그 해묵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함이었다.

환경운동가로서 자연 환경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일이면 백두대간을 보전하는 일에서부터 동강 지키기, 경부운하 저지 운동에 이르기까지 발 벗고 나서 온 지은이는, 자연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이 땅의 산하를 이익과 이권에 따라 개발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맞서 비판하는 강연과 글쓰기에 제법 많은 힘을 쏟았다. 그러다 지난해 그 모든 일에서 물러나야 했다. 분노와 상처가 없지 않았지만, 그는 그것을 원동력으로 “그 옛날 우리가 처음 땅에 피어나던 길” 백두대간 마룻금을 다시 더듬으며, “케케묵은” 우리의 옛날이야기를 ‘지금 살아 있는 이야기’로 살리고자 이 책을 쓰는 일에 전념했다.

그것은 백두대간이 우리의 ‘오래된 미래’라는 생각에서이다. 백두대간이 거기에 있어서 사람을 위시해 뭇 목숨붙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생태계의 중심, 백두대간은 오랜 세월 비문명의 공간이어 왔으며, 한반도 전역이 개발과 자본으로 파헤쳐지고 유린당한 오늘날, 마지막 원시서정의 생태 공간으로 남은 최후의 보루이기에, 백두대간은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리고 그 바로 다음 세대들의 미래가 깃들여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백두대간에는 지금 우리의 미래가 살고 있”으려니와, 이 책에 실린 설화들은 백두대간의 ‘오래된 미래’의 한 자락일 터이다.

지은이 김하돈

시인이며 환경운동가다. 우리 산하에 대한 애정으로 국토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반도 생태환경의 핵심을 이루는 백두대간 보전운동에 헌신하면서 ‘백두대간연구소’를 만들어 한때 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타박타박 고갯길을 넘나드는 발걸음이 어느덧 그의 운율이 되어 버렸다.

지은 책으로는, 「푸른 매화를 보러가다」(2002, 들녘),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1999, 실천문학사) 등이 있다.

-책 속으로-

관음암은 설악산의 워낙 깊은 산중에 있기 때문에 겨울을 나려면 미리 식량을 준비해야만 했다. 어느 날, 설정은 한 사나흘쯤 먹을거리를 마련해 두고는 겨울철 양식을 구하러 양양으로 떠나게 되었다. 설정이 길을 나서면서 어린 조카에게 단단히 일렀다.

“무서우면 관세음보살을 외거라. 얼른 양식을 구해 사흘 안에 돌아오마.”

설정이 양양에 가서 겨울 양식을 구해 돌아오려는 날 마침 폭설이 내렸다. 폭설은 양양에서 관음암으로 가는 설악산의 모든 산길을 끊어 버렸다.

오세암 중에서


구룡령 아래 작은 외딴 마을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날 때부터 생김이 범상치 않았다. 덩치도 여느 아이들보다 서너 배나 컸으며 신기하게도 겨드랑이에는 두 개의 비늘이 박혀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부터 힘을 쓰기 시작하는데 보통 장사가 아니었다. 콩 가마니를 번쩍번쩍 드는가 하면 날래기는 비호와 같았다. 부모가 집을 나갔다 들어오면 아이는 보꾹의 서까래에 올라가 거꾸로 붙어 있곤 했다.


아기장수 중에서


예국의 바닷가에 한 노파가 살고 있었다. 노파가 어느 날 냇가에 앉아 빨래를 하고 있는데 물 위로 호박만한 알이 하나 떠 내려왔다. 이상히 여겨 알을 건져다가 집에 두었더니 며칠 뒤 알이 깨지면서 어린아이가 나왔다.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고 몸집이 매우 컸다. 아비가 누군지 모르니 얼굴이 검다 하여 검을 여黎로 성을 삼고 이름을 강중剛中이라 하였다.

창해역사 중에서


단군은 평양성에 나라를 열어 이름을 조선이라 하였다. 도읍을 또 백악산 아사달로 옮겼는데 그곳은 달리 궁흘산이며 금미달이라 하였다. 단군은 천오백 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하고 기자조선을 책봉하자, 단군은 장당경으로 옮겨 갔다. 훗날 단군은 아사달로 돌아가 은거하다가 산신이 되었다. 그는 1908년의 생애를 살았다.

단군신화 중에서



고갯마루를 넘어 경상도 문경 땅에 막 들어설 무렵, 어디선가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 함께 걷는 것이었다. 여인은 잰걸음으로 지천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는데 그 걸음걸이가 보통 빠른 게 아니었다. 지천이 서먹하여 먼저 말을 건넸다.

“대체 어느 댁 규수인데 준령을 혼자 넘소?” 그러자 여인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나는 이곳 새재서낭신이오.”

최명길과 새재서낭신 중에서



“얘야, 성이 거의 다 되었으니 팥죽 좀 먹고 하렴.”

딸은 이미 성을 다 완성하고 성문을 막기만 하면 되었다. 성문 막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니 그러마고 딸은 팥죽을 먹기 시작했다. 성 쌓느라 땀을 흘린 터라 팥죽이 꿀맛처럼 달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부러 큰 함지에다 팥죽을 퍼 주었다. 큰 함지에 담긴 뜨거운 팥죽을 먹느라 딸은 쩔쩔맸다. 딸이 팥죽함지를 겨우 다 비울 즈음 마침내 아들이 도착했다. 딸은 그만 들고 있던 팥죽함지를 힘없이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오누이 장사 중에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항상 지리산이 못마땅했다. 나라를 세우고 방방곡곡 산천의 신들께 제사를 올릴 때에도 유독 지리산 산신만큼은 태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리산 산신이 장차 태조에 대항할 장수를 몰래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지리산은 ‘매산’이고 삼각산은 ‘학산’이므로 매가 학을 잡아먹을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때 지리산 골짜기 숯 굽는 마을에 ‘둥구리’라는 아기장수가 태어났다.

전라도로 귀양 간 지리산 중에서


사냥꾼은 살금살금 다가가 선녀가 벗어놓은 날개옷 한 벌을 훔쳤다. 날개옷이 없으면 그 선녀는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할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날개옷을 들고 나오다가 돌부리에 걸려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이때 손에 들고 있던 선녀의 날개옷이 찢어져 버렸다. 인기척에 놀란 선녀들은 부리나케 옷을 찾아 입고는 하늘나라로 올라가 버렸다. 그러나 옷을 잃어버린 선녀는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선녀와 사냥꾼 중에서



<백두대간 여행 이야기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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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미시령에서 속초로 내려오는 길목에 오른쪽으로 솟아 있는 큰 바위 연봉들이 바로 울산바위다. 울산바위를 멀리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미시령 고갯길이 가장 좋으며, 울산바위에 직접 올라가 보려면 설악동으로 들어가 신흥사, 계조암을 거쳐 걸어 올라가야 한다. 울산바위로 오르는 길은 탐방로 시설이 비교적 잘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울산바위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거대한 바위덩어리(암괴)다. 울산바위 전망대에서는 백두대간의 공룡능선과 대청봉(1708m)에 이르는 장쾌한 산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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