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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 북한산의 별빛"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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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가려 하네.

이승의 낡고 오래된 추억들

새벽안개 풀리는 강물위에 띄워 버리고

눈썹달 하나 건져가지고

먼 길 가려 하네


돌아보니 삶은 행복했던 날보다

고단하고 불안했던 날들이 더 ~ 많았네.

그래도 매화 흐드러진 봄날이 있어

바위틈에 손을 넣으며 희망을 꿈꾸었네

사랑.

활짝 핀 살구나무 밑에서

내 생의 유일한 촛불이었던

북한산을 흠모했건만,

매운바람 사납고

유언장처럼 꽃비 흩날리던 날

친구는 절벽 아래 산 그림자를 향해

외마디 외침도 없이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네.


눈 감아도 떠오르는 맑은 얼굴

그와 함께 올랐던 동양길 소쩍새 소리

단풍나무 숲에 숨겨두었던 별들이 등을 떠미는데

뒤 돌아보니

삶은 지독한 외로움이었거나 바람이었네

나, 이제 가려하네

북한산 푸른 별빛 손끝에 묻히며


시집 "별빛 등반" 새벽 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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